연일 '69시간 근무제, 윤석열대통령 가이드'와 같은 검색어가 오르내립니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이게 무엇인가 생각이 들 것 같아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신문기사 찾아보거나 글로 빽빽한 위키백과를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논란이 되는 이유 1. 노동시간 증가
2018년 저녁 있는 삶을 위해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개편한 이후 7년 만에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를 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 52시간일 때도 OECD국가 대비 최장시간 근로를 했는데 69시간으로 개편하게 되면 오히려 역행하여 노동시간을 늘리는 꼴이 되고 맙니다.
장시간 노동을 법제화해 놓으면 그 시간만큼 더 많이 일을 하는 노동자가 생긴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기 전인 2017년에 과로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 현재에도 원인불명의 심장마비, 산업재해, 졸음운전 등 아직 과로사가 남아 있어 노동계에서 꼭 해결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는 역행하는 스텝을 밟은 것입니다.
OECD 통계를 보면 2021년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연평균)은 1,915시간으로 멕시코(2,128시간) 코스타리카(2,073시간), 칠레(1,916시간)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이미 매우 긴 수준입니다.
논란이 되는 이유 2. 장기휴가 쓰기 힘든 현실
정부에서 말한 대로 필요할 때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을 많이 해서 자신의 노동시간을 채운다면 남는 시간에는 장기 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의 의도는 일을 몰아서 하고 몰아서 쉬게 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연차도 다 못쓰는데 30일간 몰아서 휴가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몰아서 일은 하지만 몰아서 쉴 수 없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직장인들의 평균 연차는 17일인데 실제로는 약 11.6일 사용하고 남은 5일은 못쓰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연차를 모두 쓰지 않은 이유로는 연차를 쓰기보다는 연차수당을 받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업무가 과다하기 때문에, 상사에 눈치가 보여서, 대체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등 조직 분위기로 인해 있는 연차를 못 쓰는 경우도 절반이 넘습니다.
그래서 MZ세대 직장인들은 정부가 너무 앞서나갔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있는 연차라도 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하는 입장입니다.
논란이 되는 이유 3. 윤대통령의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입법예고 8일 만인 지난 14일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윤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는데 이것이 논란이 된 것입니다.
윤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으로 근로제 개편을 60시간까지로 설정하라는 가이드라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입니다. 최대 69시간까지로 정한다고 하더니 논란이 되자 60시간까지로 바꾸는 것 아니냐, 60시간은 가능한 일이냐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를 의식한 대통령실에서 새로 입장문을 밝혔습니다. 60시간이라는 상한선 가이드라인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으며 의견 수렴을 통해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불붙여진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입장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푹 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 노동을 기본 전제로, 연장근로만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까지 늘리자는 방침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특수한 경우에 최대 주 69시간까지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때 노동시간을 주당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노동시간을 계산해서 일이 몰릴 때 최대로 일을 하고 한가한 경우에는 장기휴가를 사용하게 하여 쉬자는 것입니다. 모든 업무가 365일 내내 해야 할 일이 많고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업무시간 총량이 '주'당 계산으로 묶여있어서 업무량이 적은 주에서 시간을 끌어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월, 분기, 반기 또는 연 단위로 노동시간을 계산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필요한 만큼 자신의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서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푹 쉬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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